류트 (Lute)
류트는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 유럽에서 가장 널리 유행했던 발현 악기(plucked string instrument)입니다. 그 기원은 고대 페르시아의 '바르바트(barbat)'라는 악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아랍 문화를 거쳐 유럽에 전해지면서 류트라는 이름으로 발전했습니다. 류트는 중동의 전통 악기인 '우드(Oud)'와도 깊은 관련이 있으며, 현대 기타의 원형으로도 간주됩니다.
구조 및 특징
류트는 일반적으로 둥근 울림통(body)과 길쭉한 넥(neck)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넥에는 프렛(fret)이 달려 있어 음정 조절이 용이하며, 울림통 앞판에는 아름다운 장식이 있는 둥근 울림 구멍(rosette)이 있습니다. 류트의 줄은 보통 여러 줄이 짝을 이루는 '코스(course)' 형태로 되어 있으며, 르네상스 시대에는 6개에서 10개의 코스를 가진 류트가 일반적이었습니다. 류트 연주자는 손가락으로 줄을 뜯거나 튕겨서 소리를 냅니다.
역사 및 역할
류트는 르네상스 시대에 가장 인기 있는 가정용 악기 중 하나였으며, 독주, 노래 반주, 앙상블 등 다방면으로 활용되었습니다. 류트 연주자들은 뛰어난 기교로 선율, 빠른 악구, 다양한 장식음뿐만 아니라 화음과 대위법까지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류트 작곡가로는 프란체스코 다 밀라노(Francesco da Milano)와 존 다울랜드(John Dowland) 등이 있습니다. 바흐 또한 류트를 위한 조곡을 작곡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에서의 류트
산업 혁명 이후 류트는 잠시 쇠퇴기를 겪었으나, 20세기 이후 고음악(Early Music)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복원되고 재조명되었습니다. 현대에는 류트 연주자들과 제작자들이 활발히 활동하며 르네상스 및 바로크 시대의 류트 음악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류트의 독특하고 섬세한 음색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비올 (Viol) 또는 비올라 다 감바 (Viola da Gamba)
비올은 르네상스 시대와 바로크 시대에 걸쳐 널리 사용된 찰현악기(bowed string instrument) 군입니다.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는 '다리를 위한 비올라'라는 뜻으로, 악기를 무릎 사이에 끼거나 무릎 위에 올려놓고 연주하는 방식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비올족 악기들은 기타나 류트처럼 지판에 프렛이 있다는 점이 현대 바이올린족 악기와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구조 및 특징
비올은 일반적으로 6개의 현을 가지며, 평평한 뒷판과 허리 부분이 잘록하게 들어간 독특한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활이 현을 켜는 데 더 많은 공간을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비올의 현은 주로 동물의 창자로 만든 거트현(gut string)을 사용하여, 현대 바이올린의 금속현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색을 냅니다. 비올은 악기의 크기에 따라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등 다양한 음역대를 담당하는 악기들로 구성되었으며, 이를 '악기 가족(instrument family)'이라고 합니다.
역사 및 역할
비올족 악기들은 15세기 후반 스페인에서 처음 등장하여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여러 대의 비올이 모여 각기 다른 성부를 연주하는 '콘소트(consort)'라는 앙상블 형태로 많이 연주되었으며, 통일된 음색으로 풍성한 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17세기와 18세기에는 특히 마랭 마레(Marin Marais)와 같은 비올 명인들이 등장하여 비올을 독주 악기로서 전성기를 누리게 했습니다. 바흐 또한 비올라 다 감바를 위한 조곡을 작곡했습니다.
현대에서의 비올
18세기 후반, 더 큰 음량과 강렬한 표현력을 가진 바이올린족 악기들에게 자리를 내주며 비올은 쇠퇴기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19세기 말부터 고음악 연주와 함께 비올도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오늘날에는 많은 연주자들과 연구자들이 비올의 아름다운 음색을 복원하고 그 음악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 '모차르트와 함께한 저녁 식사(Le souper de Beaucaire)'나 '세상의 모든 아침(Tous les matins du monde)' 등에 비올라 다 감바가 등장하며 대중에게도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다른 악기들
류트와 비올 외에도 르네상스 시대에는 다양한 악기들이 사용되었습니다.
건반 악기
하프시코드(Harpsichord)는 깃털로 된 픽(plectrum)이 현을 뜯어 소리를 내는 발현 건반 악기로, 류트보다 더 강한 소리를 냈습니다. 다양한 크기와 모양으로 제작되어 지역에 따라 버지널(Virginal), 클라브생(Clavecin) 등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클라비코드(Clavichord)는 금속 탄젠트가 현을 때려 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소리가 작고 부드러워 주로 방 안에서의 독주나 연습용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관악기
리코더(Recorder)는 르네상스 시대에 앙상블에서 많이 사용된 목관 악기로, 다양한 크기로 제작되어 각기 다른 음역을 담당했습니다. 숌(Shawm)은 오보에의 전신으로 여겨지는 더블 리드 목관 악기이며, 크룸호른(Crumhorn)은 독특한 J자 모양의 구부러진 관을 가진 악기입니다. 이 외에도 코르넷(Cornet), 트럼펫(Trumpet), 쌕벗(Sackbut, 트롬본의 초기 형태) 등도 사용되었습니다.
타악기
르네상스 시대의 타악기로는 종(Bell), 심벌즈(Cymbals), 작은북(Snare drum), 탬버린(Tambourine), 덜씨머(Dulcimer) 등이 있었습니다. 타악기 파트는 악보에 명시되기보다는 연주자의 즉흥 연주나 기억에 의존하여 연주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악기들은 각각의 독특한 음색과 구조로 당시의 음악을 더욱 풍성하고 다채롭게 만들었습니다. 류트의 섬세한 선율과 비올의 깊은 울림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음악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이 악기들을 통해 우리는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적 감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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